의류 기술은 환경을 생각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의 착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브랜드들이 강조하는 '비불소 발수 가공'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친환경을 표방하면서도, 오히려 환경과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PFCs-Free는 정말 친환경일까?
패션 산업이 친환경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불소계 발수제를 배제한 C0 처리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가깝습니다.
미국과 유럽 디자이너들은 비불소 발수제를 도입하며 원단에서 불소 잔류량이 0에 수렴하는지를 집요하게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잔류 검출 시 제품 출고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C0 처리 방식이 환경에 진정으로 이로운가에 대한 물음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 방식은 실질적 환경 개선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화학염색이나 대기 오염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뒤로 미루고,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좋은 방식부터 선택한 결과입니다.
효율 낮은 대체물질의 역설
불소화합물은 극소량만으로도 탁월한 발수 및 발유 기능을 발휘하는 소재입니다. 반면, 대체재로 쓰이는 실리콘이나 왁스 기반 물질은 그만큼의 성능을 내려면 몇 배의 양이 필요합니다. 이는 원단에 너무 많은 처리량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초크마크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단에 과도한 발수제가 마찰 시 하얀 자국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체물질은 기름이나 알코올 같은 저계면장력 액체를 전혀 막지 못합니다.
즉, 물은 어느 정도 밀어내지만 기름때는 스며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조리복이나 작업복 등에서 요구되는 방오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세탁 빈도가 늘어나는 숨겨진 진실
불소 기반 발수제는 옴니포빅 성질을 지녀, 물뿐 아니라 기름, 혈액, 알코올 등의 오염물도 밀어냅니다. 이는 세탁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반면, 비불소 처리된 원단은 쉽게 더러워지고, 결국 세탁 주기가 짧아지게 됩니다.
이 점에서 진정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자원 절약이며, 그중에서도 수자원 절감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탁이 늘어나면 더 많은 물이 사용되고, 더 많은 세제가 쓰이며, 오히려 환경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섬유 미세먼지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진짜 지속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는 흐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빨대는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극히 일부를 차지할 뿐이지만, 기업들은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종이 빨대는 원료가 나무이며, 방수 성능을 위해 코팅과 접착제가 첨가되어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의류의 비불소 발수제 사용도 이와 유사한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실질적 환경 기여보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친환경이 아닌, 전체적인 자원 순환 구조와 실효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정확한 이해와 함께, 제조업체의 책임 있는 선택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포장보다, 보이지 않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