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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 그냥 입는 옷이 아니었다고요?

by 텍스타일 2025. 7. 10.

물살 가르던 수영복, 과거엔 어땠을까요?

한번 상상해보세요. 지금처럼 쫀쫀한 수영복이 없던 시절엔 선수들이 뭘 입고 수영했을까요? 놀랍게도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수영복은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는 울(Wool)’ 소재였어요.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되죠. 게다가 몸을 가리는 게 미덕이었던 시절이라,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형 수영복이 기본이었고요. 이쯤 되면 수영하라는 건지, 물놀이하라는 건지 애매했어요.

 

1920년대 수영복

 

 

1960~7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일론과 스판덱스(라이크라) 소재가 등장하면서 수영복은 드디어 몸에 밀착되기 시작해요. 이 시점부터 ‘수영복도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죠. 가볍고 신축성 있는 원단이 적용되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졌고요. 물속 저항을 줄이기 위한 ‘타이트한 핏’이 수영복 디자인의 기준이 되기 시작합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수영복 출처 : IOC 올림픽 홈페이지

 

수영복이 기록을 바꾸는 시대가 열렸어요

2000년대 들어서는 수영복 소재에 진짜 혁명이 일어나요.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나온 레이저 레이서(LZR Racer) 수영복이에요. 나일론과 폴리우레탄에 고압 압축 가공과 실리콘 코팅까지 들어간 이 수영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거의 ‘기계’에 가까웠어요. 물의 저항을 줄이는 구조, 근육을 압박해 피로도를 낮추는 구조가 섬유 설계에 다 들어간 거죠.

 

 

2000년 아테네 올림픽 수영복 출처 : AAP PHOTO Dean lewins

 

결과는요?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습니다. 2008년 한 해에만 90개 이상의 세계 신기록이 나왔고, 2009년엔 무려 43개의 기록이 다시 깨졌어요. 이 시기 수영복은 실제로 경기력 자체를 ‘부스트’ 해주는 아이템으로 여겨졌어요. 말 그대로 ‘입는 약물’이라는 말까지 나왔죠.

 

결국 국제수영연맹(FINA)은 규제를 발표해요. 2010년부터는 전신형 수영복 사용이 금지되고, ‘직물’ 기반의 수영복만 사용할 수 있게 바뀌었죠. 기술이 너무 앞서가면 규정이 따라잡기 바쁜 거예요.

 

지금 수영복, 뭘 기준으로 만드는 걸까요?

규제가 생긴 지금도 수영복은 여전히 과학과 기술의 총집합이에요. 요즘 선수용 수영복은 대부분 폴리아미드(나일론) + 엘라스테인(스판덱스) 조합이에요. 그런데 단순히 원단을 조합하는 게 끝이 아니에요. 실 한 가닥, 원단 짜임 방식, 압착 정도, 심지어 봉제선의 위치까지 모두 계산된 결과물이죠.

 

특히 ‘봉제선 없음(seamless)’, ‘초음파 접합’, ‘열 압착 라벨’ 같은 기술은 섬유소재의 진화 없이는 불가능했어요. 봉제선을 없애면 물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접착으로 마감하면 옷이 몸에 착 감겨서 수영 시 저항이 훨씬 줄어요. 예전엔 꿈도 못 꾸던 디테일들이에요.

 

수영복 표면에도 기술이 들어가요. 상어 비늘을 모사한 마이크로 텍스처 가공으로 물방울이 쉽게 맺히지 않도록 만들기도 하고요. 이건 일종의 ‘섬유 위에 과학 코팅을 얹는’ 방식이죠. 그러니 수영복이 단순히 잘 늘어나고 마르는 원단이라는 생각은 이젠 좀 구시대적이에요.

 

일반인 수영복도 기술을 입는다

선수용 수영복만 이렇게 발전한 건 아니에요. 요즘은 동호회나 헬스장용 수영복도 고기능성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엔 나일론 하나로 끝냈다면, 지금은 ‘내염소성(염소에 강한) 폴리에스터’, ‘자외선 차단 기능’, ‘4방향 스트레치’ 등 다양한 옵션이 있어요.

 

또한 여성 수영복의 경우에는 보정 기능, 속건성 안감, 비침 방지 레이어 같은 요소도 중요한 기술적 차별점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어린이용 수영복에도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안감과 부드러운 봉제 기술이 적용되고요.

 

심지어 레저용 래시가드도 기능성 전쟁 중이에요. 물에 젖어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발수 가공, 냉감 기능이 있는 접촉 냉감 원단 등은 이제 기본이고요. 요즘 소비자는 ‘물에 들어가도 몸이 쾌적한 옷’을 원하기 때문에, 섬유업계도 이에 맞춰 계속 기술을 쏟아붓는 중입니다.

 

수영복도 웨어러블 시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은 규제 때문에 선수용 수영복에 센서를 달지는 못하지만, 연구는 계속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근육 진동을 실시간 감지해서 훈련 데이터로 저장하는 스마트 수영복’ 같은 개념도 테스트 단계에 있어요. 실제로 일부 국가는 이런 스마트 유니폼을 통해 수영 자세 교정이나 효율 향상에 도움을 주는 시뮬레이션도 진행 중이에요.

 

또한 원단 자체에 신축성과 탄성 외에 회복력, 냉감성, 압축성 등을 조절하는 나노섬유 구조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향후 수영복은 단순히 입는 의류가 아니라, 개인의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근육의 피로도를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장비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요.

 

 

결론은 이거예요. 수영복은 이제 ‘입는 옷’이 아니라, ‘입는 기술’이에요. 물속에서 저항을 줄이고, 근육을 보호하고, 신체 데이터를 추적까지 하는 시대가 코앞까지 왔어요.


다음에 수영장 갈 땐, 그냥 예쁜 디자인만 보지 말고, 그 옷 안에 숨은 ‘섬유소재의 힘’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거 하나에 기록이 바뀌고, 피로가 줄어들고, 자신감이 붙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