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그린워싱, 소비자의 신뢰를 해치는 환경 위장
- 진짜 에코레더란 무엇인가,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 책임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첫걸음
과대광고보다 더 교묘한 상술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환경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마케팅 전략. 바로 ‘그린워싱’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명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경고 조치를 내린 사건은, 이 녹색 마케팅의 위험성과 에코레더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린워싱, 소비자의 신뢰를 해치는 환경 위장
그린워싱은 ‘친환경(Green)’과 ‘눈속임(Whitewashing)’의 합성어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환경에 유익한 것처럼 꾸미는 허위 마케팅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과장된 표현을 넘어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이번 무신사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무신사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사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인조가죽 재킷에 ‘#에코레더’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광고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친환경적 가치를 담은 제품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폴리에스터나 폴리우레탄 등 석유계 화학섬유로 만든 일반 인조가죽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한 ‘에코레더’라는 표현입니다. ‘에코’라는 단어는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소재’, ‘생분해 가능’,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로 전달됩니다. 하지만 무신사의 제품은 이러한 환경성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의 원료, 생산 방식, 폐기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체 생애주기 분석(LCA)에서 친환경성을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이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천연가죽보다 친환경적이다”는 주장만으로는 친환경 광고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공정한 거래를 방해하며, 경쟁 브랜드에 불리한 영향을 끼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린워싱이 반복되면 환경을 진심으로 고려하는 브랜드까지 의심받게 됩니다. 소비자의 환경 감수성은 높아졌지만, 이처럼 정보 비대칭이 심한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말 한마디가 소비 선택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에코레더란 무엇인가,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에코레더는 말 그대로 ‘친환경적인 가죽’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을 기준으로 친환경이라 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단순히 천연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동물성 소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에코’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부정확합니다.
실제로 에코레더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원료의 지속 가능성
에코레더의 소재는 재생 가능하거나, 생분해가 가능한 물질에서 유래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버섯균사체, 파인애플 섬유, 사과껍질 등 천연 폐기물을 기반으로 만든 바이오 가죽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생산 공정의 환경영향 최소화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낮추며, 폐수를 최소화하는 공정이어야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가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인조가죽은 PVC나 PU를 이용해 제조되며,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생애주기 평가(LCA)를 통한 검증
제품의 탄생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분석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한두 단계만 친환경적이어서는 에코레더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공인된 환경 인증 획득
GRS(Global Recycle Standard), OEKO-TEX, Bluesign 등 국제적인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경우, 제품의 친환경성을 보다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번 무신사 사례에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일부 공정이 친환경적이었을 수는 있지만 전체 제품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즉, 소비자에게 전달된 메시지와 제품의 실제 환경성 사이에 명백한 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브랜드가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그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특히 ‘에코’, ‘그린’, ‘지속가능’ 같은 표현은 포괄적이고 상징적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됩니다.
책임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첫걸음
무신사는 이번 사건 이후, 자발적으로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개선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환경성 표시광고의 8대 원칙, 셀프 체크리스트, 오용 사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약 8000개 브랜드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회복을 넘어서, 업계 전반에 걸친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는 첫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브랜드가 정확하고 검증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 그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소비자 역시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마케팅 문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품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따져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린워싱을 막는 일은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 책임에서 비롯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