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농구 유니폼은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

by 텍스타일 2025. 7. 9.

 

헐렁했던 시절에서 시작된 농구 유니폼

 

한때 NBA 경기 영상을 보면 다들 ‘헐렁한 바지에 민소매 나시’ 차림이 익숙하셨을 거예요. 1990년대만 해도 농구 유니폼은 큼직한 핏이 대세였고, 그게 오히려 멋이었죠.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앨런 아이버슨 시절엔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쇼츠가 자연스러웠고요.

 

찰스 바클리, 1994년도. 출처 : ESPN

 

 

그런데 그 유니폼들이 사실 기능적으로는 다소 불리했어요. 땀이 잘 배출되지 않고, 무겁고, 바람저항도 있었거든요. 경기 중에 유니폼을 만지작거리는 선수들 모습이 자주 포착됐던 것도 그 이유예요. 그때까진 유니폼이 경기력보다는 팀의 상징 같은 개념이 더 강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기능성 섬유의 등장

그러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이에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들이 드라이핏(Dri-FIT), 클라이마쿨(Climacool) 같은 기능성 소재를 농구 유니폼에 적용하기 시작한 거죠.

 

이 원단들은 땀을 빠르게 흡수해서 겉으로 배출시키고, 겉감은 건조 상태를 유지하게 도와줬어요. 한마디로 땀에 젖지 않는 유니폼이 등장한 거예요.

 

메쉬(mesh) 구조를 통해 통기성과 체온 조절 기능도 보강되면서,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경기 장비의 일부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 경기력이 향상되는 경험을 선수들이 체감하기 시작한 거죠.

 

밀착형 유니폼이 대세가 된 이유

2010년대 이후부터는 농구 유니폼의 핏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몸에 딱 붙는 스타일이 대세가 된 겁니다. 이는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경기 스타일의 변화와 연결돼 있어요.

 

출처 : 레딧 NBATalk

 

현대 농구는 속도와 민첩성이 중요한데, 헐렁한 옷은 움직임에 저항을 주고 플레이에 방해가 되기 쉬워요. 그래서 신축성 높은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유니폼을 제작하게 되었고, 땀에도 강하고 매우 가벼운 고기능성 원단이 표준이 되었어요.

 

이른바 고신축사, 나노섬유가 들어간 유니폼도 등장했고, 일부는 항균·방취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국내 프로농구(KBL) 유니폼도 이 트렌드에 맞춰 점점 가볍고 밀착형으로 바뀌고 있어요.

 

 

 

반팔 유니폼, 왜 잠깐 등장했다 사라졌을까?

재미있는 건, 이런 밀착형 트렌드 중간에 반팔 유니폼이 갑자기 등장한 시기도 있었다는 점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2014년 NBA 올스타전이에요. 아디다스가 반팔 유니폼을 선보였고, 르브론 제임스나 케빈 듀란트도 직접 입고 뛰었죠. 이유는 의외로 실용적이에요.

 

 

일상복처럼 보이니까 판매용으로 좋다는 판단이었고, 유니폼을 일반 팬들이 쉽게 입도록 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어요. 문제는 반팔 소매가 선수들의 슈팅에 방해가 됐다는 점이에요. 특히 팔을 높이 드는 슈터들에겐 소매가 마찰을 유발하고 움직임을 제약했어요. 팬들 반응도 극명하게 갈리면서 결국 반팔 유니폼은 몇 시즌 못 가서 사라졌습니다.

 

컴프레션 티셔츠, 그땐 왜 다들 받쳐 입었을까?

한동안 NBA 선수들 사이에서 나시 유니폼 안에 반팔 컴프레션 티셔츠를 받쳐 입는 게 유행이었어요. 이것도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기능적 이유가 있었죠.

 

 

첫째는 체온 유지입니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거나 추운 경기장에서 근육이 식지 않게 도와줬고요.

둘째는 땀 흡수와 마찰 방지 기능이에요. 특히 테이핑한 부위나 민감한 부위는 컴프레션 티가 보호 역할을 했어요.

셋째는 심리적 안정감이에요. 몸을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 거란 믿음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간지’였어요. 르브론, 웨이드 같은 슈퍼스타들이 입으면서 따라 입는 선수들이 많아졌어요.

 

미래 농구 유니폼은 어디까지 갈까?

지금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민소매 유니폼만 입는 게 일반적이에요. 유니폼 자체가 워낙 가볍고 땀도 잘 빠지기 때문에 굳이 뭘 더 입을 필요가 없어졌죠. 앞으로는 더 진화할 거예요.

 

 

 

출처 : 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미 일부 팀에서는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유니폼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심박수, 체온, 땀의 양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피지컬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이죠. 또 3D 바디스캔을 통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커스텀 유니폼도 점차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농구 유니폼도 섬유기술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온 거예요. 이제는 유니폼이 단순히 경기복이 아니라, 경기력 향상과 부상 방지를 위한 웨어러블 스포츠 기어가 된 셈입니다. 다음 농구 경기 볼 때, 선수 유니폼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유심히 봐보세요. 그 안에 숨어 있는 섬유소재 기술의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